[글마당] 우리에게 이르는 길
골짜기가 채워지리라 맨살의 눈이 하늘을 보리라 실가지 아래에 물기를 운반하는 아직은 추운 새 빛의 밝은 아침 화가는 년 일의 시간 속에 찬 손을 부비고 시인은 순간의 아픈 발에 문맥을 으깨며 생시를 갈아 길을 낸다 썩지 않은 낙엽 한장 중문에 걸쳤으니 부는 바람은 어디로 가나 눈치 없게 안쓰러운 날개를 들썩인다 젖은 낙엽은 땅 위를 구르지 않고 부엽은 젖은 흙으로 함께 숨을 쉬는 동안 미물은 걸칠 옷소매가 없이도 속 어두운 어디선가에서 살갗으로 준비한 그것의 봄을 가지고 바람몰이 매차도 자갈에 재갈을 물려 포장을 해도 시멘트를 뚫고 나오는 잡초들과 아우른다 거기에 참 소리 침묵의 그리움이 있고 싱싱한 우리들의 것이 있다 눈비바람 아프게 견딘 그림자까지도 흰 봄이었으면 상처 난 봄도 뿔난 봄도 재생되리라 우리에게 이르는 길 손정아 / 시인 롱아일랜드글마당 실가지 아래